소를 찾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10단계로 표현한 그림 심우도(尋牛圖), 여기서 소는 자아, 본성을 의미한다.
사찰에 가면 법당 외벽을 한 바퀴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그곳에서 종종 심우도를 만날 수 있다. 파주 심학산 약천사에서도 심우도를 만날 수 있었다.
목차
1. 파주 심학산 약천사 심우도
2. 심우도
3. 심우도의 열 단계
1) 심우(尋牛)
2) 견적(見跡)
3) 견우(見牛)
4) 득우(得牛)
5) 목우(牧牛)
6) 기우귀가(騎牛歸家)
7) 망우존인(忘牛存人)
8) 인우구망(人牛俱忘)
9) 반본환원(返本還源)
10) 입전수수(入廛垂手)
4.심우도를 마치며
1. 파주 심학산 약천사 심우도
심학산 약천사 심우도는 대웅전 외벽에 있었다. 무슨 연유에선지 약천사 대웅전은 산 아래 상단에 치우쳐 있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위치였다. 마치 산신각처럼 절 최 상단에 위치한 대웅전이라니! 크기 또한 작고 아담하였다. 절 마당 메인을 웅장한 모습으로 차지하고 있는 지장보전과 대조를 이루었다.
대웅전 외벽에서 심우도를 마날 수 있어 반가웠다. 한쪽에는 심우도가 그려져 있음을 안내하는 안내배너가 있고 그림 하단에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다.
대웅전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심우, 견적, 견우, 득우, 목우, 기우귀가, 망우존인, 인우구망, 반본환원, 입전수수. 심우도의 열 단계를 읽어나갔다. 공간이 좁아 프레임에 담으려고 애쓰느라 건성으로 지나쳤는데, 정리하다 보니 8단계 인우구망과 9단계 반본환원에서 의아해졌다.
2. 심우도(尋牛圖)
심우도는 불교 선종에서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단계를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尋牛) 과정에 비유한 그림으로, 발심에서부터, 수행, 깨달음, 열반, 중생구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열 단계로 표현하고 있다.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하고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십우도와 곽암(廓庵)의 십우도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는데 지금은 주로 곽암의 심우도가 그려진다. 주로 사찰법당의 외벽 벽화로 많이 묘사되고 있다. 곽암의 심우도는 곽암사원(廓庵師遠)선사가 지은 선서(禪書)가 그 토대다.
한편 심우도(십우도) 외에 중국에서는 말을 묘사한 십마도(十馬圖), 티베트에서는 코끼리를 묘사한 십상도(十象圖)도 전해진다고 한다.
보명의 목우도와 곽암의 심우도
보명의 십우도는 '소를 길들인다'는 뜻에서 목우도(牧牛圖)라고 하는 반면, 곽암의 십우도는 '소를 찾는다'는 뜻에서 심우도(尋牛圖)라고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보명의 목우도는 ①미목(未牧) ②초조(初調) ③수제(受制) ④회수(廻首) ⑤순복(馴伏) ⑥무애(無碍) ⑦임운(任運) ⑧상망(相忘) ⑨독조(獨照) ⑩쌍민(雙泯)의 열 단계로 성불 과정을 묘사하고 있고, 소에 대한 관념 또한 원래 소가 청정무구한 흰색이었는데 검은 소로 변했다가 정진하기에 따라 첨차로 흰색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력 수행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곽암의 심우도는 ①심우(尋牛) ②견적(見跡) ③견우(見牛) ④득우(得牛) ⑤목우(牧牛) ⑥기우귀가(騎牛歸家) ⑦망우존인(忘牛存人) ⑧인우구망(人牛俱忘) ⑨반본환원(返本還源) ⑩입전수수(入廛垂手)의 열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3. 심우도의 열 단계
곽암의 심우도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이미지는 파주 약천사 대웅전 외벽의 심우도)
1) 심우(尋牛)
'심우'는 동자가 소를 찾기 위해 고삐를 들고 산 속을 헤매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것은 처음 발심(發心)한 수행자가 아직은 선이 무엇이고 본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찾겠다는 열의로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2) 견적(見跡)
'견적'은 소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을 묘사한 것으로, 순수한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는 것을 소의 발자국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3) 견우(見牛)
'견우'는 동자가 멀리서 소를 발견하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이는 본성을 보는 것이 눈앞에 다다랐음을 상징한다.
4) 득우(得牛)
'득우'는 동자가 소를 붙잡아서 막 고삐를 끼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견성(見性)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땅속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금강석을 찾아내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때의 소는 검은색을 띤 사나운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아직 삼독(三毒 :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에 물들어 있는 거친 본성을 뜻한다.
5) 목우(牧牛)
'목우'는 거친 소를 자연스럽게 놓아두더라도 저절로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게끔 길들이는 장면이다.
삼독의 때를 지우는 '보임(保任 : 깨달은 것을 더욱 갈고닦음)'의 단계로, 선에서는 이 목우의 과정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소는 길들이는 정도에 따라서 차츰 검은색이 흰색으로 바뀌어 가는데,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하는 까닭은 소가 유순하게 길들여지기 전에 달아나 버리면, 그 소를 다시 찾는 게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를 주는 것이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기우귀가'는 동자가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면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때의 소는 전체가 완전한 흰색을 띄고 있다. 이것은 소가 동자와 일체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며, 구멍 없는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깊은 마음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본성의 소리를 상징한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망우존인'은 집에 돌아와 보니 애써 찾은 소는 온 데 간 데 없고 자기만 남아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소는 마지막 종착지인 심원(心源)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고향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방편은 잊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뗏목을 타고 피안에 도달했으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교종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인우구망'은 소 다음에 자기 자신도 잊어버린 상태를 묘사하는 것으로 텅 빈 원상만을 그린다.
객관이었던 소를 잊었으면 주관인 동자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객 분리 이전의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경지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반본환원은 이제 주객의 구별이 없는 경지 속에 자연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비치는 경지를 표현한다.
산은 산, 물은 물, 조그마한 번뇌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 경지를 상징화한 것이다.
▣ 파주 약천사 심우도에서 바뀐 것으로 보이는 8단계 인우구망과 9단계 반본환원의 원본
10) 입전수수(入廛垂手)
입전수수는 동자가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향해 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때의 큰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복과 덕을 담은 포대로서, 불교의 궁극적인 뜻이 중생 제도에 있음을 상징화한 것이다.
4. 심우도를 마치며
소를 찾아 나선 동자의 이야기를 심우, 견적, 견우, 득우, 목우, 기우귀가, 망우존인, 인우구망, 반본환원, 입전수수 열 단계로 묘사하는 심우도는 자신의 본래면목을 되찾아가는 선불교의 수행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수행과정에 초점하여 요약해 본다면, '심우'는 발심(發心)을, '견적'에서부터 '기우귀가'까지는 수행을, '망우존인'과 '인우구망'은 깨달음을, '반본환원'은 열반의 경지에 진입했음을, '입전수수'는 깨달음 후에 중생을 제도하는 단계로 나아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심우도는 불교회화지만 종교화에 그치지 않고 삶과 인생에 대한 궁극의 지표를 제시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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